가장 동시대적 지역성으로서의 초지역: 어느 지리학자의 그림

* 이 원고는 문헌조사 및 사례취재를 바탕으로 작성한 내용에 허구적 상황을 가미한 사실적 픽션임을 밝힙니다.

 

 

* 들어가며 *

 

  안녕하십니까. 지리산대학교 지리학과 이지오입니다. 이런 자리가 처음이라 긴장되네요. 폭설로 교통이 불편한데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와 주셔서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오늘 이 대회에서 제가 발표할 주제는 ‘초지역적 거주의 발생 배경과 양상, 그리고 그에 따른 공간전략’입니다. 초지역, 뭘까요. 쉽게 말해, 에… 지역을 초월한다는 의미인데요, 한 사람이 여러 지역에 속해있는 현상입니다. 저는 오늘날의 지역성은 단지 단일한 지역의 속성으로 취급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역들을 초월한 문제로 새롭게 접근해야 그 전모를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초지역성이야말로 오늘날의 지역성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저는 초지역성을 연구하려는 중이고, 그 연구계획을 이 자리에 들고나오게 됐습니다. 만일 누군가 초지역적으로 살고 있다면 이 지역에도 속하고, 동시에 저 지역에도 속한다는 것입니다. 듀얼 라이프(dual life)라고 부를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듀얼 라이프는 2020년 국립국어원 새말모임을 통해 ‘두 지역살이’로 순화된 바 있습니다. 공인된 우리말 어휘가 생겨났다는 것은, 그만큼 오늘날의 지역성에는 확연한 변화가 찾아온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제 연구의 구체적 분석 대상은 국내 사례로, 한국에서 살고 일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합니다. 현재 파일럿 스터디를 마치고, 연구참여자들과의 심층면담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아직 완성된 연구가 아니어서 미진한 부분이 많으나, 고심 중인 지점들을 포함해 앞으로의 연구계획을 들려드리겠습니다.

 

  보시는 페이지는 발표의 진행 순서이고요. 네, 다음 페이지, 연구의 구성입니다.

 

 

* 연구의 목적 *

 

  먼저 연구의 목적을 살펴보겠습니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은 물리적 거리를 좁히는 효과를 가져왔고 자본주의 경제의 글로벌화는 인구이동, 인적교류를 다양화했습니다. 다른 지역으로 이주를 한 뒤에도 종교와 문화 같은 것들은 여전히 출신지의 것을 지속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경제적 활동이나 법적 지위는 정착지에 귀속되는 것과 같이 다차원적인 관계망이 작동합니다. 전통적으로 본질주의적 장소관에서는 장소를 고정적인 실체로 보아 그 자체가 가지는 독립적 특성에 주목했던 것과 달리, 이주민 연구에서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장소를 새롭게 규정하게 된 데에 바로 이러한 배경이 있습니다. 여러분 주변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몇 군데의 장소를 오가며 지내는 사람들을 직접적으로든 혹은 영화나 미디어를 통해 간접적으로든 접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출신지, 정착지, 연고지, 국적 따위가 안정된 일상생활 공간과 반드시 일치하지만은 않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지금의 지역성으로 자리 잡았고요.

 

  사실 초지역성은 처음에는 국제적 프레임 안에서 주목받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영국에서 나고 자란 체코계 이민자가, 미국으로 건너가 유학 생활을 하고, 거기서 한국인 아내를 만나 결혼한 뒤 다시 체코에 정착하여 아내의 나라인 한국을 대상으로 무역업을 하면서, 휴가 때에는 부모님이 있는 영국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은 현상입니다. 여기에는 언어, 인맥, 물리적으로 점유하는 집, 거래처 등등의 다양한 것들이 초월적으로 묶여 하나의 네트워크로 작용하는 동시에, 그 요소들을 매개하는 이주행위와 이주자 자신이 바로 네트워크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트랜스로컬 이주’는 과거에는 국가와 국가 사이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간주되었으나, 이제는 다양성의 진전으로 한 국경 안에서도 실천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각종 간극을 뛰어넘어 ‘초월적’이라 할 만한 급진적인 연결이 일어나는 바탕을 이전에는 국제무대로만 보았다면, 이제는 한 사회 안에도 나무나 다양한 요소들이 압축되어 있기 때문에 그 바탕을 한 나라로 좁혀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바로 거기에서 작동하는 가장 동시대적인 지역성은 더 이상 하나의 고정된 경계 안에 묶여 있지 않고 서로 연결되어 드러나게 됩니다. 실제로 어떤 이유에서든 한 개인이나 가구가 둘 이상의 지역에 동시에 거주하면서 다중적인 소속감과 장소성을 형성하게 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각종 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하여 정책적으로도, 소위 ‘화이트칼라’에 대한 인위적 하방압력이 작용하고, 고속열차, 저가항공 등으로 지역 간 이동이 쉽고 빈번해져 거리가 좁아지는 효과를 냅니다. 근래에는 귀농·귀촌에 대한 관심까지 더해져 세컨드하우스를 가짐으로써 이도오촌 또는 삼도사촌을 지향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주중에는 각자의 근무 지역에서 살다가 주말에 만나는 맞벌이 주말부부도 흔해졌습니다.

 

  제 연구대상은 바로 이러한 사람들인데요. 이를테면, 아내와 아이들이 있는 집은 서울인데 2년 동안 제주도로 발령을 받은 사람이, 주중에는 근무지 근처의 오피스텔에서 살고, 주말에는 집에 올라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식입니다. 이들로 인해 지역 간에도 일종의 매개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며, 어… 저는 이것을 사회-공간적 문제로 접근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 연구의 배경 *

 

  통계청에서 내놓은 각종 통계자료도 이러한 추세를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림 1] 출처: 통계청

 

 

[그림 2] 출처: 통계청

 

[그림 3] 출처: 통계청

 

  따라서 연구의 목적은 이러합니다. 주말부부 생활, 세컨드하우스 마련처럼 주변에서 흔히 접하고 통계 자료상으로도 포착되는 사례였으나 아직 학술적 개념화는 미비했던 국내 트랜스 이주를 개념화하고, 실증적인 사례를 통해 그 양상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연구의 효율과 유의미한 분석을 위해서는 연구 사례를 일정한 집단으로 좁힐 필요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예컨대 대상을 주말부부로만 한정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결혼가정, 청년가구, 특정직업군 등 여러 범주 설정 방법들 중에서 저는 참여자들의 거주 지역도 하나의 범주 설정 방법이라고 보아 지역 제한 적용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오가는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분석할 계획입니다. 즉, 춘천과 홍성처럼 한 지방 도시와 다른 지방 도시 간을 오가는 사례를 배제하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오가며 초지역적 거주를 실행하는 사람들이 되겠습니다. 예를 들면 서울과 경상도, 분당과 제주도처럼 수도권에 한 발을 담그고, 서울·경기로부터 무언가를 포기할 수 없는 입장에 처한 이들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연구 질문으로부터 출발합니다. 첫째, 누가, 왜 초지역적 거주자가 되느냐 하는 것입니다. 초지역적 거주를 선택하게 되고 또 그 선택을 유지하는 데에는 직업이나 가족의 유무 등 특정한 조건이 따를 것이라는 가설에서 비롯된 물음입니다.

 

  둘째, 초지역적 거주에 따르는 장단점은 무엇이냐 하는 것입니다. 둘 이상의 공간에 살고 각각으로부터 장소성을 형성하면서 직면하게 되는 이점이나 결점은 무엇인지 고찰하고자 합니다.

 

  셋째, 초지역적 거주자들은 어떠한 공간전략을 취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바로 앞선 질문에서 파생되는 물음으로서, 일련의 피로나 난관을 극복하는 데에 어떤 공간전략이 동원되는지를 살피고자 합니다.

 

 

* 관련 이론: 초지역주의 *

 

  제 연구의 이론적 틀이 되는 개념은 초지역성, 또는 초지역주의라 불리는 것입니다. 이것은 지역적으로 떨어져 있는 로컬들의 상호작용과 상호연결성에 초점을 맞추는 개념입니다. 초지역성의 정의는 Michael Smith에 따르면, 사회관계가 하나의 장소에 천착되어 나타나는 동시에 다른 장소들과 접합되는 현상입니다. 따라서 초지역주의는 그렇게 서로 다른 지역들을 접합시키면서 살아가는 거주 양식 속에서 만들어지는 삶의 정체성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관련되어 이영민은 2013년 연구에서 초지역주의를 초국가주의의 장소화된 버전으로 요약한 바 있습니다. 저는 여기에서 국가라는 추상적인 배경 대신 장소라는 구체적인 배경을 적극적으로 개입시키는 초지역주의의 개념적 유용성을 포착할 수 있었습니다. 초지역주의와 초국가주의는 공통적으로 흔히 “I am Here and I am There”이라는 문구로 상징되곤 합니다.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초지역주의는 원래 1990년대 인류학자 Arjun Appadurai를 중심으로 인류학 분야에서 고안되었지만 흐름으로서의 글로벌, 고정된 장소로서의 로컬을 매개하는 특징으로 인해 지리학 특히 이주연구 안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다루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로컬은 원래부터 그 자체로 있었던 개념이라기보다 글로벌의 상대적 개념으로 분기된 것이란 비판을 수용할 때, 트랜스로컬, 즉 초지역도 역시 단독으로 다루기보다 글로벌리즘, 트랜스내셔널리즘 등의 유관 개념들과의 연계 속에서 파악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간의 연구자들의 입장이었습니다. 따라서 세계화의 상대적 의미로 형성된 로컬 개념의 기원을 간과할 수는 없겠으나, 저의 연구가 그 부분에 너무 많이 할애되면 자칫 이것이 외국인이나 이민자 연구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교통이나 통근 문제에 따른 거주분열, 공간분화 연구를 참고하여 이론적으로 보완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따릅니다.

 

  그리고 로컬은 여러 의미들과 접합하여 다양하게 분화되어 나갔는데, 트랜스로컬 이외에도 멀티로컬, 인터로컬, 글로컬 등이 있습니다. 모두 비슷한 현상을 약간의 관점 차이를 두고 바라보는 개념들이지만, 이 연구에서는 트랜스 이주와의 연관성을 살리기 위해 ‘트랜스로컬’을 관련 이론으로 삼습니다.

 

  아울러 한국에서는 인구감소, 도시축소, 인구유출 등에 관련한 지방 위기를 중심으로 하는 연구가 많이 있었으나, 초지역성을 통해 여러 지역에 동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실태를 다룬 경우가 거의 없었습니다.

 

 

* 기존 연구의 한계 *

 

  이렇듯 국내에서의 초지역성 논의는 부족한 실정입니다. 국내·외를 두루 살펴보면 초국가주의 이주가 낳는 초국적 공간에서의 초월적 네트워크를 분석한 연구들은 많았습니다. 또한 방법론적 국가주의는 임의적이고 추상적으로 지구 표면을 구분하는 관념에 불과하다고 그 한계를 지적하면서, 국제 이주를 국가와 무관한 그저 ‘지역 대 지역’의 문제로 보아 초지역성을 적용한 연구도 일부 있었습니다. 그러나 범위를 한국 안으로 좁혀 구체적이고 미시적인 사례를 수집하여 질적 분석을 적용한 연구는 찾기 힘듭니다. 앞서 말씀드린 본질주의적 장소관 이후의 지리학은 장소상실, 초월적 이주, 그리고 네트워크의 흐름의 공간에 대한 주의를 거친 뒤, 다시금 장소에 주목해야 한다는 장소적 전환을 맞았습니다. Ruden Gielis와 같은 연구자는 ‘장소 렌즈’에 입각하여 네트워크상의 결절로서 장소를 파악하였으나, 국내에서는 아직 장소 렌즈를 통해 초지역적 거주의 장소성에 접근한 사례를 찾기 어렵습니다. 특히 최근 5년 사이에, 국내의 초지역적 거주를 다룬 연구가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초지역적 거주 연구는 아직 본격화 이전의 단계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앞으로 지방이 처한 문제와 연결하여 대안을 제시하는 데에 활용될 연구 분야일 것으로 기대합니다.

 

 

* 연구방법: 분석대상 및 방법 *

 

  다음으로 연구방법입니다. 심층면담을 통한 정성적 분석이 되겠습니다. 분석대상은 인터넷 공개모집과 눈덩이 표집을 통해 섭외한 30~40명의 참여자입니다. 이들과 반구조화 심층 개별면담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현재까지는 열 명과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대상은 국내에서 거주, 근로 중인 성인이면서 수도권-비수도권에 걸쳐 초지역성을 실천 중인 집단이 되겠습니다. 주요 질문 사항은 초지역적 거주 이유, 초지역적 거주 중일 때의 공간전략, 초지역적 거주를 철수할 때에 발생하는 해결 과제 등을 포함합니다.

 

  개인별로 60분 내외의 대면 면담이 될 예정인데, 여러 지역을 오가야 하는 초지역적 거주자들의 특성상 희망 시 화상회의로 대체할 것입니다. 참고로 저는 2020년부터 약 2년간 전남 신안군에서 근무하였습니다. 사무실은 압해도라는 섬 안에 있었고, 집은 서울에, 출퇴근을 위한 현지 거처는 압해도에서 차로 15분가량 떨어진 목포시에 있었습니다. 대도시-중소도시-농어촌에 걸쳐 삼분할 된 초지역적 거주를 실행했던 저의 경험은 연구자료로 직접 쓰이지는 않겠지만 면담 안에서 간접적으로 활용될 예정입니다.

 

  그리하여 참여자들에게 주어지는 면담 질문은 지금 슬라이드에서 보시는 것과 같은 내용을 기초로 구성될 예정입니다. 초지역적 거주 선택의 원인과 배경, 실행 방법, 장단점, 거주지들 간의 중요도 순위, 공간전략 등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슬라이드에서 보시는 것과 같은 내용을 기초로 구성될 것입니다.

 

초지역적 거주 선택의 원인·배경

- 거주·근무의 공간적 배경이 어디인가? [초지역주의 실행의 장소적 배경]

- 왜 그런 거리가 발생하는가? 어떤 일을 하고 있으며, 가족이 있는가? [초지역적 거주 계기]

 

초지역적 거주 실행 방법

- 어떤 빈도로 왕래하는가?

- 어떻게 일정과 주기를 분할하며 이유는 무엇인가?

 

초지역적 거주의 명암

- 초지역적 거주를 선택한 데에 어떤 이점이 있는가?

- 어떤 불편이 따르는가?

 

거주지 간 우선순위

- ‘메인’과 ‘서브’를 나누는 기준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인가?

- 향후 그것이 수정·조정될 가능성, 혹은 필요성이 있는가?

 

공간전략

- 본가와 그 외 거주지를 누가, 어떻게 관리하는가?

- 어떤 적응 노력이 수반되었나? 초지역적 거주를 결심·준비·처분하며 어떤 도움을 받았는가?

 

 

* 예상 분석결과(1) 초지역적 거주의 발생 배경과 양상 *

 

  면담을 통해 얻는 내용들은 크게 두 종류의 결과로 분석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첫째, 초지역적 거주의 발생 배경은 그것을 선택할 수 있는, 또는 선택해야 하는, 그리고 그것이 유지되는 특정한 조건이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어디까지는 출퇴근 1일 생활권으로 볼 수 있는데, 어디서부터는 매일 다니기 힘들다 하는 거리가 존재할 것입니다. 이 연구에서는 그 거리를 정량적으로 분석하거나 규명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개인별로 나름의 소화 가능한 거리가 선택 기준에 들어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세종까지는 매일 집에서 출근할 수 있다, 그보다 먼 곳은 어렵다 하는 식의 분기점이 있을 것이고, 그와 더불어 다른 여러 가지 이유도 있을 것입니다. 가령, 자녀의 학교나 배우자의 일터를 수도권 밖으로 옮길 수 없는 제약을 가지는 사람으로서, 다행히 자신이 금요일에 조기 퇴근을 할 수 있으니까, 직장에서 관사를 제공하니까, 우리 집이 KTX역에 접근성이 좋으니까, 살 곳이 한 군데에 더 있어도 저축할 만큼 벌고 있으니까 등등의 여건이 충족된다면 영구적 이주 대신 초지역적 거주를 택하게 되며, 그로써 최대한의 기회를 쟁취한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원래의 집이라 생각하는 ‘이곳’과는 동떨어진 ‘그곳’에 별도의 거주 공간을 가지기 때문에 그 지역에 구체적 소속감이 생기는지, 양쪽에 소속감을 가지면서 초월적 네트워크를 실감하는지도 알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양쪽의 거주지가 중요도 면에서 대등함을 의미하지 않으며, 어느 한쪽에 무게중심이 쏠려있거나 양쪽에 서로 다른 역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여기에는 양면적 효과도 따를 수 것입니다. 즉, 한 곳에 정체되지 않음으로써 다채로운 생활 속에서 주중에는 나만의 공간을 갖고, 휴가 때에는 가족의 별장이 생기고, 각지를 연결해 풍부한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긍정적 측면도 있겠지만 심리적 불안정성, 신체적 피로감, 경제적 부담이 따를 수 있겠습니다.

 

  ‘지역’, ‘로컬’은 지구화를 떠받친다는 학문적으로는 대단한 중요성을 가지지만, 실질적으로는 수도에 대해서 권한이 미약하고 소외되는 곳으로 여겨져 왔는데요. 가령, 서울과 어느 지방 도시 두 곳에서 살아가는 초지역적 거주자에게 어느 한 곳은 가족들과 뿌리를 남겨두는 곳, 그리하여 돌아가야 할 곳으로서 더 중요한 곳인 데 반해 다른 한 곳은 임시로 머무는 곳, 덜 중요한 곳으로 인식된다면 그러한 관계설정은 단순히 개인의 취향에만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두 지역 간의 경제적/정치적/지적 위계가 반영된 결과일 수도 있겠습니다.

 

 

* 예상 분석결과(2) 결점 극복을 위해 펼치는 공간전략 *

 

  두 번째 예상 결론은 그러한 초지역적 거주의 특징을 수용하기 위해, 혹은 결점에 대처하기 위해 동원되는 공간전략에 관한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메인과 서브를 결정짓는 데에는 특수한 요인이 관여하고, 각각의 장소에 특화된 운영방침이 존재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광범위하게 분포하는 공간과 시간에 적응하고, 기동성을 강화하며, 장소성을 지키려는 노력이 공간전략으로 드러날 것입니다. 거기에는 집 꾸미기, 집 근처에 단골공간 만들기, 집 근처 공원 등에서 동호활동을 하면서 지역주민이나 지역 내 장소하고 친밀해지기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간 열 명과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관찰한 결과에 따르면 보관하거나 이동시키는 물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처분이 용이한 물건만을 장만하고,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 한 집에서 다른 집으로의 정확한 이동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워 유료 스토리지를 임차하여 물건을 임시 대기시키거나, 모든 지적 자료에 비물질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온라인 저장매체를 이용하고, 이동이 너무 일상화된 것에 지친 나머지 사람 만나는 약속을 줄이거나 꼭 만나야 하면 사이버 공간에서 만나는 등의 전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19 중의 재택근무 조치나 이동 제약은 여기에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점 또한 추측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초지역적 거주를 종료하는 단계에서도 특별한 행동이 요구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각종 자원을 보관, 이동, 처분, 판매하거나 또 다른 초지역적 거주자와 공유하여 순환을 모색하는 것도 일종의 공간전략으로 분석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 연구의 의의 *

 

  연구의 의의는 크게 세 부분으로 기대합니다. 첫째, 빈번한 이동, 자주 이사하는 사람 등등을 이제까지는 ‘떠돌이’ 쯤으로 일컬으며 가볍게, 혹은 가엾게만 취급하였으나 이것이 일련의 사회적 맥락 속에서 나타나는 삶의 양식과 정체성임을 밝히고 ‘초지역적 거주’를 개념화하는 것입니다.

 

  둘째, 국내의 실증적인 사례를 토대로 그간의 초지역성 연구를 보완하고, 이동성과 주거 불안 등 인접한 주제들 사이에서 아직 미진했던 연구를 보충하여 논의를 풍부하게 할 수 있겠습니다.

 

  셋째, 그에 따라 이동성에 기반한 대안적 이주에 관련된 정책적 논의를 보조하고, 미래의 주거 양상이나 지역 간의 문제를 조명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 나가며 *

 

  네, 발표는 여기까지입니다. 아직 수집해야 할 자료도 많고, 찾아봐야 할 선행연구들도 많이 있다고 느껴집니다. 여러분께서 의견을 보태어 주시면 계속 고민해 보겠습니다. 혹시 질문이 있으신 분, 안 계신지요?- 어느 지리학자의 그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