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가22인

(3)
비평의 '위드'는 가능한가: 비평가 22인의 릴레이 인터뷰① “진리인 것은 오직 무한할 때만 타당한 것과 구분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1] -알랭 바디우- 이 릴레이 인터뷰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비롯됐다. 사람을 만나지 말라고 권유하는 이 시기에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가 궁금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생각할 거리는 점점 많아지므로, ‘비대면’ 사회라면 그만큼 많은 생각들을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다른 한편 나에겐 그런 마음이 있었다. Zoom과 같은 화상통화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여주지만, 엄밀히 말해서는 ‘대면’이라고는 볼 수 없다. Zoom과 같은 비대면 서비스는 사람을 직접 만나는 것만 못하며, 우리는 하루빨리 대면으로 돌아가야 한다. 허나 이것이 비대면이라 하더라도, 우리를 사회와 연결해주는 것만큼은 분명했다. 인간이 사회적인 존..
비평의 '위드'는 가능한가: 비평가 22인의 릴레이 인터뷰② “글을 쓰는 것이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김철홍-영화 잘 모르겠다. 글을 쓰는 것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그런 게 있을까 싶다. 그런 게 있다면 글을 쓰는 사람이랑 안 쓰는 사람의 삶에 어떤 차이가 있다는 것인데, 이런 방식으로 접근해서 생각해보니까 떠오르는 게 있다. 더 피곤하다는 것이다. 때로는 글 같은 건 아예 안 쓰면서 사는 게 더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냥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면서 살면 되지 왜 글 같은 걸 쓰느라내 소중한 시간을.. 하면서 ‘글쓰기에 반대한다’는 주제로 또 글을 쓴다. 이런 이상한 행동을 하게 만드는데 글쓰기의 영향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오진우-영화 삶에 영향을 줄 만큼 글쓰기를 하며 살아오지 않았다. 영화 글쓰기에 국한해서..
비평의 '위드'는 가능한가: 비평가 22인의 릴레이 인터뷰③ “글을 쓰는 것과 삶 사이를 이어줄, 지속 가능한 연결고리 같은 게 있을까요.” 이광호-영화 애초에 삶과 글이 분리되어 있다는 생각을 잘 하지 않는 편이라, 그 둘을 동등한 대상으로 두고 다른 연결고리를 찾기보다는 삶 자체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것이 글쓰기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서정화-미술 위에서 이야기했듯 글쓰기와 삶이 별개의 것이 아니기에, 둘 사이를 잇는 연결고리라는 것이 모순적인 매개라고 생각됩니다. 글쓰기의 지속 조건이 삶 그 자체입니다. 인간이 호흡기를 통해 세계와 유기적으로 연관되듯이, 마찬가지로 글쓰기를 통해 개인과 세계가 맺어지는 방식이 가시화됩니다. 그것이 문자의 탄생 이후로 인간에게 부여된 숙명적인 삶의 형태는 아닐까, 하고 가끔은 고심하기도 합니다. 생각을 글쓰기로 옮기고 나면,..